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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슬픈영화] 먼 훗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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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면서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의 "인연"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다. 한번 읽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곱씹어봤었다.

그리워 하지만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또 그리워 하지만 안만나기도 한다는 말이 언뜻 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뜻이다.

"먼 훗날 우리"라는 영화를 보고 위의 글귀가 떠올랐다. 그냥 슬픈영화가 아니라 왠지 씁쓸하고 쓸쓸하며 가슴 아린 영화이다.


영화 "먼 훗날 우리"

 


목차

1. 영화소개

2. 줄거리(결말 포함)

3. 감상평


 

1. 영화 소개

장르: 드라마, 멜로

국가: 중국

감독: 유약영

주연: 정백연, 주동우, 톈좡좡

러닝타임: 120분

네이버 평점: 9.47


2. 줄거리

2007년 춘절,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서 처음 만난 '린 첸칭'(정백연)과 '팡 샤오샤오'(주동우)는 친구가 된다. 폭설로 기차가 고립되지만 두 사람과 친구들은 걸어서 집에 도착한다. 힘들게 고향집에 왔지만 일이 바쁜 엄마는 집에 없었고 홀로 쓸쓸해하던 샤오샤오에게 첸칭이 초대한다. 첸칭의 아버지는 샤오샤오를 무뚝뚝하지만 따뜻하게 맞아준다.

베이징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친한 친구로 지내며 각자의 꿈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중 샤오샤오는 친구들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하는데 돈과 배경, 학벌 빼고는 볼 게 없는 사람이다. 샤오샤오는 그런 게 중요해 보였다. 돈, 학벌, 좋은 집, 좋은 차.

첸칭은 컴퓨터 부품 파는 일을 하다 일이 풀리지 않는다. 함께 시작한 친구들은 하나 둘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버린다. 홀로 남은 첸칭은 불법 영상 CD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샤오샤오와 쪽방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불법적인 일을 하던 첸칭은 결국 1년 동안 감옥에 간다. 그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 춘절이 돌아온다. 샤오샤오는 첸칭의 집에 방문해서 첸칭의 여자 친구인척 연기하며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둘러내며 아버지를 챙긴다.

첸칭의 출소 날, 샤오샤오는 이제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날 거라며 첸칭에게 키스하고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행복한 나날들, 쪽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도, 여러 가지 일로 힘들어도 서로가 있어 뭐든 이겨낼 수 있다.

다시 돌아온 춘절.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은 첸칭과 샤오샤오는 허세를 부리며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첸칭은 자존심이 상했다.

첸칭은 춘절 이후 변했다. 툭하면 화를 내고 샤오샤오와 싸움도 잦아졌다. 하루 종일 게임에 빠져 샤오샤오는 뒷전이다. 샤오샤오는 첸칭과 다시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지만 변하지 않는 첸칭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도망치듯 지하철을 타고 가버린다.

그렇게 둘은 이별하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첸칭은 샤오샤오와 만나면서 장난스레 얘기했던 스토리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든다. 게임은 큰 인기를 끌고 이제 첸칭은 베이징에서 좋은 집도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춘절. 홀로 계신 아버지를 보살펴달라는 핑계로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한다. 좋은 집을 살 수 있으니 다시 재회하자는 첸칭. 샤오샤오는 자신이 원했던 건 '좋은 집'이 아닌 '보금자리'였다는 남기고 떠난다.

현재의 춘절 두 사람은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나게 된다.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연착되고 함께 숙소로 가게 된다. 과거를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 한편에는 서로를 그리워했던 마음이 크다. 하지만 첸칭은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 두 사람은 현실을 마주한다. 첸칭이 차로 샤오샤오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그리움과 아쉬움을 묻어둔 채 두 사람은 비로소 제대로 된 이별을 한다.


3. 감상평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보고 여운이 꽤 오래 지속됐다. 그리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피천득의 글귀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주인공은 처음 헤어졌을 때는 연인을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헤어진 때에는 그리워 하지만 아니 만나고 살게 된다. 

영화 중에 두 사람이 만약에 우리가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어땠을까라는 대화를 한다. 하지만 첸칭의 모든 만약에라는 가정에 샤오샤오는 부정적으로 대답한다. 자신을 방치한 첸칭이 원망스러워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정도 일로 헤어진 거라면 다른 일로도 헤어졌을 거라는 의미지 싶다. 결국 힘든 상황이 두 사람을 이별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첸칭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다. 첸칭만 있으면 행복한 샤오샤오에게는 의지가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연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부모님의 사랑도 보여주는 영화다. 무뚝뚝한 첸칭의 아버지는 딱 우리의 부모님 같다. 말은 하지 않지만 자식들 먹일 음식을 준비하고 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며, 떠난 자식을 걱정한다. 

영화의 끝부분에 샤오샤오에게 첸칭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낸다. 아버지가 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장 슬픈 장면이다.

 

영화에는 이 장면을 비롯하여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과 명대사가 있다.

첸칭이 출소 후 가을길에서 샤오샤오가 고백하며 키스하던 장면.

샤오샤오가 "I miss you"라고 하자 첸칭은 "나도 그리웠다"라고 대답한다. 샤오샤오는 "아니, 내가 널 놓친 거라고"

그리고 샤오샤오가 울면서 말한다. "옛날 일인데 마치 어제일 같아"

옛날 일이지만 매일매일 떠올 리 있어서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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